Note (20) 썸네일형 리스트형 은소영, 그녀의 방 (Apr 2024) 현대적인 책가도에 일상의 면면을 새겨 사랑과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을 백자에 담아낸 은소영 작가의 으로 초대합니다 백자 편병의 납작하고 둥근 기면을 화폭 삼아 그려낸 ‘그녀의 방’에는 여성으로서의 자아, 작가로서의 자아, 현대인으로서의 일상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언뜻 보기엔 전통적인 민화의 형상, 책가도冊架圖와 기명절지器皿折枝의 형태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휴대폰이나 커피잔 등 지극히 현대적이고 일상적인 사물들이 곳곳에 놓인 익숙한 풍경을 발견하게 됩니다. 민화民畵에 담긴 상징들이 풍요롭고 다복한 삶을 기원한 것처럼 은소영 작가는 사랑과 소망을 담아 일상의 풍경을 조각합니다. 묘사된 사물의 형태는 나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근경近景에서 들여다본 편병 안에 새겨진 또다른 편병과.. 강민성, 21세기의 달항아리 (Mar 2024)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미술품으로 여겨지는 달항아리는 우리의 삶에 친숙하게 자리잡았다. 최근 할인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마음만 먹으면 집집마다 달항아리 하나쯤 둘 수 있는 세상이다. 곳곳에서 우연히 마주한 달항아리는 기계로 빚어진 듯 좌우 대칭이 완벽에 가깝게 둥그렇고 풍만하다. 사실 이쯤 되면 우리는 18세기 조선에서 만든 달항아리라기보다 21세기에 재생산되고 있는 달항아리-이미지를 소비하는 셈이다. 여기, 21세기의 달항아리를 만들고자 하는 남자가 있다. 강민성은 21세기에는 그에 맞는 달항아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기존의 달항아리와 다른 다양한 재료의 ‘결합’을 시도해왔다. 전통적으로 두개의 발 형태를 ‘결합’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지는 비정형적인 선의 아름다움은 작품의 중심이 .. 사이토 유나, 흙과 물로 그린 정경情景 (Feb 2024) 사이토 유나는 시유되지 않은 도자기와 액체 염료를 사용해 흙-물의 이동 과정을 기록한다. 도자기에 액체로 된 염화코발트 또는 섬유염료를 가득 담으면, 안료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밖으로 서서히 스며나온다. 흙의 기공을 투과한 액체는 지나간 자리마다 기면 안팎을 물들이며 다양한 흔적을 남긴다. 비정형적인 패턴이 자연스럽게 도자기나 캔버스 위에 드러날 때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사이토 유나의 작업에서 중심에 놓여있는 것은 재료 그 자체이다. 흙과 물의 특성을 수차례 실험하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이 그에게는 작업의 원동력이 된다. 실패한 줄 알았던 작품이 살아있었다는 걸 알게된 순간, 시간을 거쳐 완성된 형태를 탐색하는 과정은 곧 작품의 철학이자 주제이다. 완성된 도자기에는 그 과정이 더 이상 보.. 이승희, 백자 너머의 백자 (Apr 2023) 릴레이기획초청전8 한국생활도자100인전 : 이승희 백자의 동시대성과 그 너머 한국에서 도자를 분류할 때 여전히 ‘백자’와 같은 단어가 하나의 범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다양한 함의를 갖는다. 고려에서부터 조선에 이르는 근 천년간의 백자, 청자, 분청사기와 같은 분류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백자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형이 된다. 서양에서 백색이 기본적으로 아무 것도 없음을 의미하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서구식 관점에서 미학적으로 도자의 백색 태토는 무언가의 재료이자 바탕이며 작업은 그 여백을 ‘채우는’ 과정이다. 반면 동양적 전통에서 작가는 색이나 무늬를 채우지 않은 공간을 여백으로 남겨서, 사람들이 형체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혹은 그보다 더욱 눈여겨볼 수 있도록 한다. 이승희에.. 윤정선, Elemental (Oct 2022) 나는 부츠와 모자에 고향concord의 흙을 넣어서 다닌다. 나 또한 콩고드의 흙으로 만들어진 사람이 아닌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완전한 인물에서 다시 흙으로 매일 아침 같은 길을 걷는다. 동일한 길 위에서 보는 풍경도 매 시간, 매 계절 달라진다. 작가는 그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길에서 마주하는 꽃, 사물, 동물, 인간, 그 속에서 자연을 이루는 원소element와 같은 추상적이고 작은 단위를 떠올린다. 원소는 자연의 한 부분일 수도 있고 인간의 한 요소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형태는 바뀌더라도 근본적으로 원자와 같은 하나의 작은 단위-덩어리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에서 전시는 출발한다. ‘Lump of clay’로 대표되는 일련의 두상(또는 흉상)들은 뭉뚱그려진 인물과 흙 덩어리의 경계에 있다... 전시 Exhibition (Sep 2022) 전시 Exhibition (Aug 2022) Upcoming 부산비엔날레 9.3~11.6 부산현대미술관 외 teamLab 9.2~10.29 페이스갤러리 Adrian Ghenie 9.2~10.2 페이스갤러리 크래프트서울 10.12~10.15 코엑스D홀 여주에서 만나는 '이 계절, 형形의 기억' 2012년 시작한 ‘한국생활도자100인전’은 도예가 100인을 릴레이 형식으로 초청하는 전시회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생활도자’라는 이름은 훨씬 더 넓은 의미로 일상에 스며든 것 같다. 87명의 작가가 릴레이에 참여하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도자기는 점차 우리 삶에서 가까이 두고 즐기는 예술작품이 되었다. 이번 전시를 요즘 식으로 다시 명명하자면, ‘생활 속 도자’에서 비로소 예술로서의 ‘일상 속 공예’를 초대하는 자리가 된 것이다. 전은 권대섭, 박성욱, 박종훈, 장석현, 정재효 5명의 도예가를 느슨히 묶는다(가나다 순). 사실상 다섯 개의 개인전이 개최되고 있는 형식이라 기억에 남도록 엮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공력이 한껏 느껴지는 대형 작품이 각 전시장마다 등장해 또렷한 인상을 남겼다.. 이전 1 2 3 다음